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만은
다정(多情)도 병(病)인양 하여 잠못드러 하노라...
- 이조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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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아직 춥고, 바람이 매섭습니다.
자세를 낮추고 밭둑을 들여다 보니.... 의외로 많은 들풀이 돋아나고..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봄나물로 우리에게 친숙한 냉이
하지만 그 꽃망울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워낙 꽃이 작기도 하지만, 별로 화려한 꽃이 아니거든요...
밭둑에 심어 놓은 산수유가 노랑색 꽃을 피웠습니다.
꽃이 워낙 작아서 한 개씩 구별이 잘 안되지만 ...
산수유 꽃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있어야 할 것은 다 있습니다.
이 추운 봄날에 너는 무엇이 이리도 급해서 찬 바람에 꽃을 피웠느냐?
한 달 뒤면, 추위도, 매서운 바람도 없었을 터인데.....
아자씨 ...그런 소리 마세요...
한달 뒤에 꽃이 피면 따스해서 좋겠지만 ...
뜨거운 여름, 스산한 가을 바람, 서리 내려 추워질 때 ....
넌 아직도 익지 않고 퍼런 열매 뉘 탓이냐?
묻지 않게 해 주세요.....
누군가, ......................... 봄의 시작을 알리는 버튼을 눌렀습니다.
이제는 카운트다운을 멈출 수 없습니다.
양지쪽 밭둑에 ... 광대나물이 보랏빛 작은 꽃을 피우더니...
질세라 그 옆 개울가에 버들강아지가 피어나고..
그 아래 애기 별 꽃이 하얀 꽃을 피웠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변산바람꽃이 귀엽다고 풍도로 쫓아가고...
눈 속에 핀 복수초…. 설중화를 찍겠다고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솜털을 잔뜩 단 노루귀의 애처러움에 감탄을 연발하는 사람들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이제 봄비가 촉촉히 내리고 훈풍이 불어,
달콤한 향기에, 꿀벌 깨우는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는가 싶더니...
가로수 앙상한 가지에, 벚꽃 망울이 부풀어 터지기 시작하고...
귀공자 같은 하얀 목련이 자태를 뽐내며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그 뒤부터는 ...
혹시라도 뒤져서는 안 되는지라 여기저기...수많은 꽃들이 피어나고,
재 넘어, 분홍색 복사꽃, 꿀벌을 몸살 나게 하는 4월이 오면...
이화에 월 백하는 배꽃이며.. 살구꽃, 철쭉이 피어날 때
감나무 가지의 연 초록 잎새가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날 것입니다.
.....
왜 이리도... 꽃들은 바쁜 것일 까요?
왜 시간을 지체하지 아니하고 꼭 피워야 하는 것일 까요?
늦게 피면, 안 되는, 그런 시간표가 있는 걸까요?
" 올해는 그냥, 꽃을 피우지 말고, 쉬어 보면 안되겠니? "
맨날, 뒤로 미루기 좋아하는 내 눈에는 안타깝고 애처로워 보입니다
밤에는 영 추울 텐데.......
.... 2012. 3. 30 / 늘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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