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긴머리 소녀를 좋아하는 이유 -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면 어느덧 미소짓게 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시골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대의동에 있는

걸스카웃전남연맹 사무실에 사환으로 일한적이 있었지요.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형편이니 대충 짐작이 가는 모습이지요?

엄한 사무국장 밑에, 25살 정도 되는 미혼이신 간사님이 계셨어요

단발머리에 야무진 아가씨였는데 한번은 메밀국수를 사주겠다며

점심시간에 충장로 옆 골목으로 날 데리고 갔습니다.

 

                

 

메밀국수?

첨 먹어보는 것이라 자못 기대가 되었는데, 국수가 나오고

그 간사님 빙글빙글 웃으며 먹어 본적이 있느냐 물었지요

그리고 이거 매운 건데 먹을 수 있느냐 또 물었어요,

푸르스름 한 것이 풋고추를 갈아서 가져온것 같기도 하고

까짓 것 여자 앞에서 꼬리 내릴 수 없어 괜찮다고 했더니

한 숫갈을 듬뿍 떠서 내 메밀그릇에

풀어 준겁니다.

흐   ........

지금 생각해 보니 매웠다는 생각은 나는데, 그걸 다 먹었는지,

그 뒤는 어땠는지  생각이 안나네요...

 

근데,

그 누나의 친구분 이야기를 하려는 것입니다.

후배인 것 같기도 했는데요....

 

3개월 쯤 지난,  5월 어느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그분은 대학교 졸업반 쯤 되 보였는데 간사님을 만나러 오셨고,

나는, 오든지 가든지,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간사님과 그분이 뭔가 이야기를 하면서   까르르 웃었는데...

잠깐 시선을 돌렸더니 그분의 하얗고 기다란 손가락에

클로버 풀 꽃반지가 끼어 있는 겁니다.

여자의 손가락이 그렇게 예쁘게 보인 것은 처음이었어요.

~ 꽃반지가 넘 예쁘다

 

숫기 없던 내가 어쩌면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어요!

초면인 그분께

시골 어머니의 투박한 손만 보아오던 내게,,

그분의 예쁜 손가락은 지금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너무 조숙했나?, ㅎㅎ

갑작스런 나의 탄성에 , 나도 놀라고, 그분도 놀라서 눈을 마주 쳤지요.

그는 볼이 빨갛게 물들고 있었습니다.

 

~ 이쁘다~!

이번에는 소리치지 않았습니다.

아까는 꽃반지 손가락이 예뻤는데….

다시 보니 어깨까지 내려온 긴 머리에 갸름하게 홍조 띈 얼굴이

얼마나 예쁘게 보이는지

내가 무안해서 얼른 자리를 피하여 나와버렸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둘이서 킥킥거리며 이야기 할 것을 생각하니 좀 씁쓸했습니다.

   

책장을 정리하고 있는데 인기척이 있어서 돌아 보았더니

그 분이 혼자 쌩긋 웃으며 다가 왔습니다.

얼른 그분의 얼굴을 보았지요...

그런데 이제는 홍조 띤 수줍은 얼굴은 아니었습니다.

괜히 실망이 되었어요.

아~ 내가 이곳 사환이라는 것을 알아 낸 거겠지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그분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어요 작년에 졸업했다면서요? “

뭐야, 갑자기? 분위기 파악을 하고 있는데

그분은 내가 무안해 할까 염려하는 모습이 역력했어요

진실은 통하는 법이었을까? 나도 그도 곧 평정을 되찾았고요

그는 내게 물었어요…. 왜 대학에 진학 하지 않았느냐?

돈이 없으면 야간대학도 있고, 의지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데

그의 눈빛에서 연민과 안타까운 마음이 줄줄 흘러내리는 겁니다.

10분쯤 지났을까?

간사님이 퇴근준비를 마치고 나오는 바람에 ..

그분은 함께 떠나 갔습니다.

그 뒤에 간사님은 결혼을 위해 곧 그만 두었고,

이름도 모르는 그분은 ....

두번 다시 볼 수 없었습니다......

                                  ...... 2013. 10. 20 / 늘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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