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육이 / 크리스마스 ****

 

목욕탕에 들어가서  먼저, 샤워 하잖아요...

물을 막 트는 순간 , 갑자기 누군가 내게 다가 오더니 내 얼굴에 대고 뭐라고 소리치는 것입니다.

?? 제가 약간 난청이 있어선지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제법 큰소리로 말하고는 있었는데 ...무슨 말이지? .......

" 뭐라고 하셨어요? "

" 뭐라고요?  "

두 번이나 묻고서야 ...이해했습니다.

아마도 내 귀가.... 너무나 의외의 말 때문에 얼른 알아먹지 못했나 봅니다.

......

예수 믿습니까?

예수 믿어야 구원 받고 천국갑니다....

.............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아까처럼 다시 몸을 씻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다시 올 때까지.....

 

참 황당하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시끄러운 목욕탕 안에서 전도라....

왠지 모르지만 버스 정류장에서, 지하철 안에서, ...

이렇게 복잡한 데서 전도하는 사람을 보면 눈쌀이 찌푸려지고....

뭔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싸우나실로 들어 갔습니다.

좀 있으니 50대 후반의... 머리가 반백인 그분이 따라 들어 왔습니다...

아마도 나를 겨냥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안에는 나를 포함 하여 4명이 있었는데 아무도 말이 없었습니다.

그 전도자는 같은 말을 되풀이 하고 ..덤으로 독백같은 이야기를 늘어 놓습니다.

예수는 누구신가...

왜 우리는 죄인인가..

왜 예수만이 우리의 구주인가..

톤을 낮게하여 읍조리는 소리가 편안하게 들렸습니다.

 

나는 그가 말을 멈추기를 기다려 , 그 분께 물었습니다..

누구십니까?

다소 난해한 물음이기는 했으나.... 사이비 전도자를 염두에 두고 물었습니다...

" 예 저는 목사입니다. "

아 예... 어느교회에 계시는지요?

" 산내교회 목사입니다 "

산내교회요?....

예 남원에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저는 침묵했습니다.

 

그는 두번째 독백의 설교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듣든지, 아니 듣든지 혼자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게 옳은 일인지... 옳지 않는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여기가 목욕탕이기는 하지만 ...당신은 목사이니까... 당신의 일을 할 수 있다....

비록 이곳의 분위기가 아니라고 해도... 당신께서 결심한 일일테니까...

당당히 목사라고 말한 그 입술이 복되다고 생각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

너무나도 상상할 수 없는 일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우리 주님께서는 나와 그분 사이에 서 계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충 씻고 결혼식장에 갔다가, 집에와서 생각해 보면서 후회하였습니다.

그때,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 당신은 귀하신 분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침묵만 할 것이 아니라...

 당신 편이 되어 드렸어야  했었다는....

....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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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2. 16

 

 

 

              

                      2014.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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