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웠던, 그 비밀의 추억[1]

누구나 자기만의 비밀이 한 두가지는 있겠지요.
그 비밀이 아름다운 것도 있고,
혹은 말하기 어려운 나쁜 것도 있겠지요
살다 보면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에 만들어진 감추어야
하는, 자랑할 수 없는 비밀이 더 많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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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는 되야 두려움이라 하지 !]

약 30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남녀 10여 명은 등산을 위해 버스에서 내렸어요.
청년회 모임의 첫 번째 활동으로, 우리는 산림 감시원 
초소를 지나서, 겨울 등산을 시작하였습니다.
1월의 날씨는 추웠지만 하늘은 맑았고, 포근한 날씨에 
절반이 여성회원 들이어서, 우리는 더욱 즐거웠습니다.
 
이렇게 선남선녀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깔깔거리며
목표지점을 향하여 올라갔습니다.
얼굴에 홍조 떠오르고 등에 땀이 날 때쯤, 
어느덧 점심식사 예정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준비한 김밥을 펴 놓고 먹을 준비를 하는데,
역시 경험 많은 총무는 달랐습니다.
배낭에 석유 버너와 코펠과 라면을 가져왔습니다,
덕분에 따뜻한 라면 국물과 함께 점심을 먹었어요. 
이제 내리막 길로 2시간 가면, 집결지에 도착하고
터미널에서 버스로 귀향하는 일정이었습니다.
배낭을 메고, 김밥 봉지와, 라면봉지는 비닐봉투에 
담아서 버렸습니다.
지금이라면 쓰레기를 버린다는 것이 상상이 안되지만….
그때 그 총무가 말했습니다.
문화시민이 쓰레기를 버리고 가면 쓰나?
여기서 깨끗이 소각해서 자연보호에 앞장 서야지…
여성 회원들이 말립니다.
“불 나면 어쩌려고 그래~ 괜찮을까?”
당근 나도 말렸습니다.

쓰레기를 버린 위치가, 길가 공터 땅바닥 이었으나
불꽃이 근방의 억새에 붇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었습니다.
역시 젊은 시절이라 모두 패기가 넘쳤습니다.
더군다나 여성 회원들이 있는 데서 소심할 수는 없으니
“걱정 말드라고, 이까짓 불이 나면 얼마나 나겠어? ”
“우리가 둘러서서 오줌으로 갈겨도 이쯤은 문제 없다!”
의기투합하여 주변의 돌들을 주워다가 둥그렇게 
소각장을 만들고, 비닐 쓰레기에 불을 붙입니다.…
“위험할 텐데? “ 나는 직감했습니다.
나는 회사에서 거의 분기마다 소방 교육을 받다 보니
화재의 위험을 많이 알고 있는 편이었습니다.
주변을 살펴보니 우리가 있는 곳의 반대쪽으로는 마지막
봉우리로 가는 능선 오솔길이 있으며, 옆에는 1m 이상
되는 억새 밭이 펼쳐져 있고 그 마지막 위쪽은 억만년의
세월을 자랑하는 바위 봉우리가 있었습니다.
 
나는 설득할 수 없음을 직감하고, 만약을 대비해
푸른 잎이 무성한 소나무 가지를 찾았습니다.
주변이 온통 억새 밭이어서 상당히 멀리까지 가서 
소나무 가지를 꺾어야 했습니다.
갑자기 여성회원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돌아보니, 모두 갈팡질팡 불을 끄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달려 내려 갔지요… 5분도 안되는 사이에 
여성회원들은 새파랗게 질려 있고, 우리 용사들은 
옷을 벗어서 그것으로 불을 끄고 있는데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갔습니다. 후두둑, 후두득…
억새에 불이 붙으니 불길이, 키가 넘어 버립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 인데도, 어디서 바람이 오는지
한쪽을 끄고 나면, 살짝 부는 바람에도, 
다시 한쪽이 붙어 버리고…
죽을 힘을 다하고 있지만, 화재 범위는 점점 커집니다.
사방 약15m의 크기가 되니, 불 속에서 진화를 합니다.
우리들은 정신없이 갈팡질팡, 위험해졌습니다.
나는 이미 화재를 제압할 수 없음을 직감했습니다.
불이 번진 시간은 10분이 채 안되었을 겁니다
 
철수해라, 더 이상의 불 끄기는 위험한 일이다,
사람이 위험하다, 다친다 빨리 나와라,,,,!!!
그들은 불을 꺼야지, 물러설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이미 겁에 질리고 얼이 빠져 어찌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명령을 하였습니다.
얼굴과 손은 새카맣게 그을리고, 옷은 찢겨진 모습이  
영락없는 호랑이 만난 산적의 모습 이었습니다.
대충 자기 물건을 챙겨서
일단 그 지역을 벗어났습니다.
약 500m 아래 숲 속에 숨어서 대책을 세웠습니다.

그곳에서 현장은 보이지는 않았지만 시커먼 연기가
버섯 구름처럼 하늘로 올라가 는 것은 보였습니다.
우리는 또다시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습니다.
우리가 산불을 내었구나….
자수를 하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 말이되?  얌마 미쳤냐..!! “
이구동성으로 안된다 였습니다.
우리가 무슨 벌금 낼 돈이 있느냐,
잡혀가면 직장은 어떻게 하느냐?
 당연히 결론은 38계였습니다.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되자 의견들이 쏟아졌습니다.
“하나님 어떻게 해요, 도와 주세요’ 기도도 했어요
이 짓을 해놓고, 기도할 정신이 있냐고요?
지금 기도할 때냐고, 항의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
얼마나 두려웠던지…. 죽을 때까지 기억할 겁니다.

        2014. 5. 30 / 늘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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