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텃밭일기 (1)

이렇게 메마른 땅에서도  매일 자랐습니다.

 

 

 

 

 

배추라고 알고 사다심은 배추상추...

배추상추 뒷 쪽에 토마토를 몇그루 심었습니다.

 

 

 

 

 

수박도 심고....

땡볕에  좀덜 마르라고 풀을 베어 흙이 마르지 않게 처방했지만...

7월 초 까지 죽을둥 살둥  크지는 못하고 , 숨만 붙어 있더니...

요게 수박을 낼까 싶었는데....

 

장마철에 들어서면서 비가 좀 오니까 ...

줄기가 하루가 다르게 커지더니....

정말 기대 안했는데요....

수박을 먹을거라고는 ...

넘 감사했습니다....

 

 

 

 

 

 

  대추토마토는 맛 보다는  보기에 아름다웠습니다....^^

 

 

 

채소야 왜 태어났니?

올해같이 초여름에 가뭄이 심한 적이 있었을까?

농사를 지어 보니 가뭄의 의미가 무엇인지 실감이 났습니다.

신세대 아이들 배고픔을 몰라서 곡식이 없어 밥을 못 먹었다 하면

라면을 끓여먹지 왜 굶어? 하듯이

가뭄이 심하다 하면 뭐 비가 안 오니까 그렇지 하고

그 의미를 몰랐었는데

 

4월 중순 쯤에 옥수수를 심고

각종 채소 모종을 사다 심었습니다.

비가 안 오니까 말 통에 물을 길러와서

조금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아직 어린 묘이니까 잘 죽지 않고

많은 물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이번만 물을 주면 며칠 내로 비가 올 거야….

비가 올 거라고 믿는 것이지요.

비가 오긴 왔어요

2주일에 한번 정도 ….갈증 해소용으로 살짝

이왕 심어놓은 정성이 아쉽고……

삐쩍 말라있는 모종이 불쌍해서……

말 통에 물을 길어다 조금씩 주기도 하였습니다.

 

너희들은 왜 태어났니?

이렇게 가물 줄 알았으면 내년을 기약하고

아예 싹을 내지 말았어야지….

아마도 그들은 태어나는데 선택권이 없었을 겁니다.

씨가 땅에 뿌려지면 그들은 싹을 틔워야 합니다.

싹이 나오다가 말라 죽을지라도……

그들은 땅에 뿌려진 순간부터 이미 생의 버튼은

눌러진 것입니다.

그들은 자기에게 맡겨진 소명을 시작하고

완수해야 하는 것입니다

 

상치 밭에 가 보았습니다.

배추라고 사다 심은 것이 키우다 보니

상치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가물어도, 저런~

상치가 무럭무럭 크는 것입니다.

세상에나심겨진 땅은 수분하나 없는

돌 가루 같은 땅인데도

새벽 이슬에 상치는 자라는가 봅니다.

아침 일찍 가보니 상치 잎에

이슬 방울이 굴러 떨어 지고 있었습니다.

고맙고 미안하다 상치야

이런 가뭄에 물도 뿌려주지 못했는데 너만은 이렇게

먹을 수 있는 잎새를 주는 구나

잎을 따면서 아내는 미안한 마음에 울먹였습니다.

 

     2017. 8.13 / 늘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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