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이웃 돕기가 어렵다.

1974년 쯤의 오래된 이야기 입니다.

예전에는 아픈 사람도 참 많았습니다.

누가복음에 나오는 52어의 기적 이야기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광야에 모인 병들고 귀신들린 그리고 구경하기 위해 모인 수많은 사람들

 

 

전주 실내체육관에 현신애 권사가 오셔서

신유집회를 한다고 연락이 와서 주로 나이 드신 여 집사님

7~8명이 교회에서 단체로 참석하기 위해 준비를 하였습니다.

나는 그런 것 믿지 않았지만,

어머님이 같이 가자고 하여, 호위병으로 따라가게 되었지요

꼬투리는 작아도 그래도 남자니까, 도움이 되겠지 싶었나 봅니다.

4월 어느 봄날,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어떻게 결석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었는지 지금은 기억이 없지만,

암튼 전주 실내체육관에 도착하였습니다.

처음 보는 실내체육관의 마루바닥은 대단히 넓었는데

폭이 1m가 넘는 광목을 쫘악 펴서 통로를 만들었습니다.

즉 그 많은 사람들 안수해야 하는데, 비집고 다닐 수가 없으니까

대충 사방 10m 간격으로 격자로 광목을 풀어서 놓아

그 광목에는 사람이 앉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즉 택지개발 지역의 격자 도로만 내놓은 땅처럼

그러면 교회 별로 그 빈칸을 하나씩 차지하여

숙식을 그곳에서 해결하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날씨가 따뜻해서 얇은 홑이불 몇 개만 가져 왔는데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 겁니다.

전도하기 위해 불신자도 몇 분 모시고 왔는데요

환자가 추워서 오히려 병이 악화될 지경이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이불 몇 장 사는 것, 크게 어렵지 안았겠지만

전주까지 오는 여비도 넉넉지 않는 시절이라,

모두 걱정을 하였습니다.

나는 생각 했습니다.

체육관 주변 가정집에 가서 사정 이야기를 하면

이불 몇 장 쯤이야 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말렸지만 나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학교 다니던 순천처럼 여기도 주택 대문에 교회 명패가

떡하니 붙어있는 겁니다.

그러면 그렇지, 여기 가서 사정하면 되지, 뭘 어렵게 생각해?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누구냐고 어떤 할머니가 내다 보십니다.

사정을 이야기 했지요,

실내체육관 현신애 권사 집회에 시골에서 왔는데

갑자기 날씨가 추워서요, 이불 있으시면 3일만 쓰고

돌려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학생증을 맡기겠다고 안심도 시켰지요.

자기도 그 소식은 들었지만,

안됐지만, 남는 이불이 없다는 겁니다.

 

 

그 참, 두 번째로 이번에는 좀 있어 보이는 집을 선택했습니다.

그때 5시쯤 되었는데 어떤 멋진 권사님 같은 분이

방문을 열고 나오셨는데요,

역시나 같은 말로 사정을 하였습니다.

그분은 나를 몇 번이나 쳐다 보면서 미안해 합니다.

지금 집안일 하는 아주머니가 가버리고 없다는 겁니다.

?? 뭔 말일까? 눈망울을 굴리고 있으니,

요즘 혼자서 넘 바빠서 이불 빨래할 시간이 없다는 겁니다.

?? 뭐야, 3일 빌려 달랬는데 뭔 빨래 걱정?

허름한 시골 학생의 말을 바쁘다고 무시하면 되었겠지만.....

미안해 하는 그 권사님(?)의 표정이 지금도 떠오를 것 같습니다.

 

 

학생인 내가 현실을 알게 되는 데는

잠깐의 시간이면 충분했습니다.

3번째의 집에서 퇴짜를 맞을 때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렇지, 우리는 환자 들이잖아 …….

 

 

힘없이 돌아오다가 대문도 없는 허름해 보이는 집에

할머니가 마루에 앉아서 길가는 나를 쳐다 보고 있었습니다.

시골 우리 할머니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으로

또 사정해 보았습니다.

그 할머니는 현신애 권사도 몰랐습니다.

교회도 다니는 분도 아니었고요,

하지만 가만히 듣고 있더니,

저 방에 개여있는 이불을 3개 가져가라 하십니다.

3개씩이나?

물론 고급 이불은 아니었지만 3개를 힘들게 둘러메고

체육관에 갔더니 모두 놀랐습니다.

 

 

나는 그때 평생 잊지 못할 교훈을 얻었습니다.

부자로 살면 남을 돕기 어렵다고

빌려줄 만 한 것이 없는겁니다.

 좋은 것 밖에 없거든요....

 

 

          2016/2/1 . 늘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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