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김영랑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에 피는 꽃  (1) 2021.10.02
크레마티스  (0) 2021.04.17
유채가 피어 있는 다리  (0) 2020.04.25
비오는 날의 정원  (1) 2020.04.25
화병  (0) 2019.05.02

+ Recent posts